영화이야기

강변의 무코리타 - 소소한 삶의 행복

진짜 마녀 2025. 5. 2. 20:56

감독 -  오기가마 나오코, 2023년 작품

출연 -  마츠야마 켄이치, 무로 츠요시, 미츠시마 히카라

 

무코리타란?  불교에서 시간을 재는 단위로 하루를 30분의 1로 쪼개었을 때 48분을 의미한다. 

 

주인공 야마다는 교도소를 출소하고 작은 어촌마을의 오징어 젓갈 공장에 취직한다. 

어린 시절 이혼해서 멀어진 아버지와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 대한 원망으로 삶에 대한 의미도 생각할 수 없다.

나같은 존재가 행복해도 될까?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행복은 거창한 행복이 아니라 이웃의 어이없는 행동에 웃을 수 있는 

아주 소소한 행복이다.  

 

야마다가 살고 있는 무코리타 하이츠에는 5년전 암으로 남편을 여읜 집주인 미나미,

자신은 미니멀리스트라고 하며 채소를 재배하고 정작 남에게 빈대붙어 사는 시마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다니며 묘석을 판매하는 미조구치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어린 시절 헤어진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시청으로 찾아간 야마다는 홀로 외롭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유골을 가져온다. 

야마다는 유골을 어찌 처리할지 몰라 고민하고, 이웃 시마다는 아무렇게 처리하면 안된다고 충고한다. 

남편을 병으로 잃은 미나미는 남편의 유골뼈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으며 그리워한다. 

작은 마을에서의 삶은 어떤 면에서는 무료하다. 고독사로 죽은 아버지의 시체가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아 구더기가 들끓었고, 

죽은 자리에 흔적이 남아있다. 자신도 그와 같은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내심 야마다는 두렵기도 하다. 

오징어 배를 가르고 눈알을 빼면서 야마다는 이 오징어에게서 아버지 방을 기어다녔을 구더기를 연상하기도 하며

과연 이러한 삶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삶은 계속되는 것이다. 이런 무의미해 보이고 무료한 일상도 계속하다 보면 그 의미를 알게 된다며 

포기하지 말고 버티라고 오징어 젓갈 공장 사장은 말한다. 당신도 새로운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하면서......

버림받은 자신의 인생에서 웃을 일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말도 안되는 시마다의 행동에 웃음이 배어 나오고,

같이 따뜻한 밥을 나누며 채소밭을 가꾸는 일상 속에도 작은 행복들은 찾아온다.  

 

 

죄지은 내가 웃을 자격이 있는지, 행복해도 되는지라는 말을 하며 울음을 터트리는 야마다는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가족에게 받지 못한 사랑과 위안을 야마다는 평범하게 흘러가는 삶 속에서 약간은 기이한 이웃들을 통해

위로 받고 치유받게 된다. 

삶에 상처받고 찢기고 그래서 나를 미워하게 되더라도

웃어도 된다고, 행복해도 된다고, 그래도 된다고 영화는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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